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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목욕탕집 딸이 말하는, 남자손님 vs 여자손님

목욕탕집 딸로 지내온 지 19년, 그동안 거쳐온 목욕탕 3곳...^^
이렇게 보니 저희집과 목욕탕의 인연은 참 굵고도 질긴것 같습니다.
살던 동네를 떠나 이사를 가게 되도 우리집은 항상 목욕탕을 하게 됐었으니깐요. 





그리고 목욕탕집 자녀라면 90% 이상은 공감하고 경험했을만한 것. 요런것이 있을껍니다.

휴일에 카운터 보기, 한시간에 한번씩 수건 개기, 마감 후 목욕탕 청소하기~ ^^;; 

특히 휴일에 카운터를 볼때는~
놀기 좋은 시간에 카운터를 보지 않으려고 언니 오빠들과 치열한 신경전이 있곤 했습니다.
저는 목욕탕집 막내딸로 가게 처음 오픈할때부터 카운터를 보기 시작했는데요. 
요것도 경력이라고 기간을 한번 따져보면,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의 반 이상이니 명함을 살짝 꺼내도 될것 같습니다 ㅎㅎ

그 경험으로 목욕탕을 찾는 손님의 성향을 한번 파악해 보았습니다.
(+) 지극히 주관적이고, 순수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작성한 내용이니, 너무 깊게 분석하시진 말아주시구요~
     그냥 재밌게 읽어주세요~ ^^ 


남자손님 vs 여자손님


1. 가볍다 vs 무겁다... 무엇이? 두손이~
  
    
   공수래 공수거? 남자손님들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분이 많습니다.
   대부분 면도기, 칫솔, 때타올만 구입하고는 말끔히 씻고 나오시죠~ 
    
  
   반면, 여자 손님들은 두손이 무겁습니다.
   보통 한 손에는 빈틈없이 꽉찬 목욕가방이 들려있고, 다른 한 손에는 백이나 먹거리 등이 들려있곤 합니다.
   (물론 가볍게 오시는 분들도 계시지만요~) 
   도대체 여자들의 목욕가방은 뭐로 채워져 있길래 이리도 무거울까요?
   가방속에는 샴푸, 린스, 바디클린저 기본 3종셋트에, 때타올, 거품타올, 비누, 폼클렌징, 팩 등..
   용도에 따라~ 기호에 따라~ 갖가지 용품들이 담겨져 있습니다.
   서너가지 제품을 순서대로 발라야 하는 셋트용품도 있으니, 목욕바구니가 어떻게 채워지는지는 이해가 되시죠? ^^  

  
2. 평균 목욕시간, 30분 vs 2시간
    
     
    남자 손님은 가족단위로 오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20~30분만에 목욕을 마칩니다.
    분명 들어간지 얼마 안됐는데 어느 순간 나오셔서 '안녕히 계십시오~' 하고 인사하며 가실때는
    저도 모르게 시계를 보게될때도 있습니다.
    그 짧은 시간안에 온탕에 몸을 담그고 때를 밀기란 어려울테고,, 아마도 샤워 정도만 하고 나오시는거겠죠?
    (남자분들 그런가요?)
    물도 적게쓰고 수건도 적게쓰니~ 목욕탕 입장에서는 남탕손님이 많으면 아무래도... 좋습니다 ^^;
      
   
    반면 여자 손님은 기본 1시간, 길게는 2~3시간까지 계시는 것 같습니다.
    단골 이모님들은 5시간 이상도 계시구요~ㅎㅎ  
    생각해보면 여자는 머리카락이 길어서 샴푸,린스를 하는데도 남자보다 오래 걸리고, 
    비누 하나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사용하기도 하는 남자와 달리 헤어, 바디, 스킨 등 제품을 구분해서 사용하니 
    오래걸릴수 밖에 없는것 같습니다. 
    그리고 가장 큰 이유겠죠? 좋은 사람들과 수다를 즐기며 안부를 물을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이 되기도 하니깐요~


3. 월회원 vs 티켓회원

   
    남자분들은 티켓보다 월회원권을 끊고 다니시는 분이 많습니다.
    한꺼번에 돈을 내고 한달동안은 목욕비 내는걸 잊고 다녀도 되니, 빈손(?)을 좋아하는 남자분들 성향에는
    월회원권이 맞는듯 합니다.

    
    반면 여자분들은 티켓 구입을 좋아합니다.
    대량으로 구입하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고, 자기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두루두루 사용할 수 있으니
    알뜰한 이모님들 계산에는 티켓이 더 유용하겠죠? ^^


주저리 주저리 목욕탕을 보면서 느꼈던걸 적어봤는데 공감이 되는지 모르겠네요.
남탕은 남탕만의 문화가, 여탕은 여탕만의 문화가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가끔씩 탈의실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걸 볼때면, 목욕탕에 오셔서 몸만 씻는게 아니라 쌓인 스트레스도
말끔히 씻어버리고 가시는것 같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곤 합니다.   

물 좋은것 밖에 내세울게 없는 저희 목욕탕을 꾸준히 찾아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불경기에 문 안닫고 지금까지 잘 유지하는것 같습니다. 글을 쓰다보니 목욕탕을 이용하시는 모든 분께 감사한 마음이 드네요 ㅎㅎ

그래서 덤으로 준비해봤습니다~
남탕엔 없고 여탕에만 있는 것? 반대로 여탕엔 없고 남탕에만 있는것?
한번 보시죠~ 기준은 저희 목욕탕입니다 ㅋㅋㅋ


남탕엔 없고 여탕에만 있는 것?

  • 썬탠기 : 캡슐같이 생긴 기계안에 들어가서 누워있으면, 진짜 햇볕 아래에서 썬탠한것처럼 구리빛 피부가 되지요~ 
  • 맛사지 : 오이, 콩가루, 녹차 등등~ 여탕 이모가 직접 만든 팩을 애용하시는 분이 많아요. 효과는 기대 이상!
  • 계모임 : 어디든 꼭 있죠 ^^
  • 수다 : 3시간 이상 버틸수 있는 힘?
  • 빨래 : 요즘은 많지 않지만, 가끔씩 조물조물 하시는 분 계시지요~
  • 한증실 티타임 : 냉커피, 냉녹차가 주 메뉴~ 전 숨막혀서 잘 못하지만 참 매력적인것 같아요.
  • 엄마 : 엄마만 있어야지 아빠도 있으면 클나겠죠? ^^;;

 

여탕엔 없고 남탕에만 있는 것?

  • 이발소 : 목욕탕 쉬는날 같이 쉬어요~
  • 젤 : 여탕에는 감당이 안되서 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
  • 향기 : 강한 인상을 남기는 목욕탕 스킨 향기, 좋아하는 분도 계시고 싫어하시는 분도 계신것 같아요~
  • 에헴~ : 온탕에서 자주 들리시죠?
  • 아빠 : 엄마는 여탕에 계세요~ 하하...^^;; ... (흐격... 도망가야겠다~ 후다닥 =33)

 



 

처음으로 다음 메인에도 올라가봤어요~ 감동 ㅠㅠ...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