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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맛집

[한라산 백록담 만수] 악천후 속 제주 한라산국립공원 성판악 코스 정복기

2009년 8월 5일 한라산 백록담 만수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는 소식에 제주에 살면서도 흔히 볼 수 없는 광경을 목격하러 연차를 내어 한라산으로 향했습니다.

백록담을 보기위해 제가 선택한 코스는 가장 무난한 '성판악코스'였는데요, 성판악 코스로 한라산 백록담까지 가기 위해서는 13시가 되기전에 진달래밭 대피소를 통과해야 되기 때문에 출근하던 시간보다 오히려 일찍 일어나 준비를 하게 되었습니다. 한라산 등반이 정상까지 대략 8시간정도 걸리기 때문에 미리 준비해둔 작은 생수 3통과 초코바 2개를 챙겨들고 오전 8시 문 밖을 나섰습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추적추적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제가 사는 곳(제주시 노형동)에서 성판악 입구까지 자가용으로 30분정도면 갈 수 있는 거리인데 제주대학교를 지나면서 부터 짙은 안개로 모든 차가 비상등을 켜고 거북이 주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성판악 입구에 도착한 시간은 예상보다 늦어버린 9시 20분. (제주 공항이나 제주시내 숙소에서도 저희 집과 비슷하게 거릴듯 하네요 ^^)


놀랍게도 짙은 안개를 뚫고 많은 분들이 한라산을 찾았고 이미 주차장은 만차였습니다. 제가 운 좋게 마지막 자리를 차지했네요^^ 차에서 내리자 다들 우비를 챙겨입느라 분주한 모습이었고 주차장 관리 하시는 아저씨는 만차라고 차를 막고 서계십니다.

생각보다 늦었다는 생각에 부랴부랴 우비와 짐을 챙기고 입구로 향했습니다. 한라산 행이 처음은 아니지만 성판악 코스를 다시 찾은건 6년만인듯 하네요~ 뭐가 필요할지 몰라 우선 안내소로 가서 물어보니 입장료는 필요치 않고 주차료만 내면 된다고 합니다~
주차료는 제 애마 기준(로체이노베이션) 1,800원이었구요 다녀간 인원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기 위해서인지 함께 등반하는 인원수를 물어봅니다. 저는 홀로 산행에 나섰기 때문에 "한명이요"를 당당히 외치고 거스름돈을 받고 입구로 들어섰습니다.
(제주에는 많은 관광명소가 '도민할인'을 해주는데 한라산만큼은 차별없이 대해주더군요~)



생각보다 가족단위, 연인단위로 산행을 하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입구에는 이런 저런 안내판들이 서있고 왼쪽 하단 네모난 입구를 지나는 순간부터 본격적인 한라산 산행이 시작됩니다. 들어서는 입구부터 안개가 자욱하니 이전 맑은날 왔던 분위기는 사뭇 다른 느낌이 드네요~ 신비로우면서도 두렵기도 한(?!) 아무튼 꼭 백록담을 봐야 겠다는 열망 하나로 힘차게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태고의 신비가 가득한 섬, 제주'



들어서자 마자 '태고의 신비가 가득한 섬, 제주'라는 어느 광고 문구가 생각나더라구요~ 제 사진으로는 잘 표현되지 못했지만 직접 눈으로 본 광경은 제주를 28년간 살아온 저에게도 처음 보는 광경이었습니다. 판타지 영화에나 나올법한 안개 깔린 숲에 잔잔히 햇살이 녹아드는 장면이 아직도 가슴이 설레이는 듯 합니다. ^^

현재 한라산 정상까지 오를 수 있는 방법은 두가지 입니다. 성판악 코스 또는 관음사 코스로 오르는 방법인데요 하산시 왔던 코스로 되돌아 가는 방법과 다른 코스로 가는 방법이 있는데요 "난 둘다"를 외치시는 분이시라면 성판악으로 올라 관음사로 내려오는걸 추천 드립니다~ 다만, 저는 자가용을 가지고 간 이유로 성판악으로 올라 성판악으로 하산 하였는데요 관음사 코스는 절경이 빼어나지만 코스가 오르막 경사도 심하고 험난한 반면 성판악 코스는 숲길이 많아 시원하고 길을 잘 닦아놓아 남녀노소 편하게 오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관음사에 비해 볼거리가 다양하지는 않은 편이지만요~

<이런 나무를 깔아놓은 길과 돌길이 번갈아 있고, 활엽수와 침엽수가 번갈아 가며 하늘을 뒤덮고 있다.>

생각보다 비가 많이 왔지만 다행히 나무들이 많이 막아주었습니다. 그래도 방진방습이 안되는 카메라를 들쳐메고 갔던 터라 사진을 많이 찍지는 못했네요 ㅠㅠ 제주에 변화무쌍한 날씨를 커버하기 위해서는 방진방습이 되는 카메라를!!(응?!)

아무튼 얼마나 걸었을까.. 먼저 출발한 분들을 지나쳐 열심히 걷다보니 화장실과 쉴수 있는 공간이 있는 곳이 나타나더군요~ 이전에도 성판악 코스로 여러번 갔었는데 기억이 전혀 나지 않았던... 중간에 생긴건지 제가 기억을 못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중간에 들려 볼일도 보고 잠시 쉬어 갈 수 있어 좋았답니다~ 한쪽 구석에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 있어 궁금해서 가봤더니 약수물이 나오는 곳도 있네요~ 벌써 물이 떨어질 구간은 아니지만 한라산 약수!! 꼭 마셔봐야겠죠?


이 곳 휴게소가 어디쯤인가 확실치 않았는데 휴게소를 지나 언덕을 오르자 위와 같이 위치를 안내해주고 있네요~ 입구에서 4km정도 지난 위치에 휴게소가 위치해 있습니다. 뱀이 많이 나타나는지 곳곳에 뱀 주의라는 푯말이 인상적이였네요 ^^;;

이제 겨우 4km왔을 뿐인데 이미 방전되어버린 제 체력을 비웃기라도 하는듯 제 앞에 망토를 휘날리며 슈퍼맨 꼬마가 뛰어갑니다.
어찌나 잘 걷던지 정상에 갈때까지 계속 수퍼맨 꼬마 뒤통수만 보며 따라갔네요 ^^;;
<애들이 존경스러워지는 순간이었고, 내 저질체력에 절망한 순간이었다...OTL>
비는 점점 더 심해지고 체력은 떨어지고 오르막길은 계속 됩니다. 다행히 숨이 벅차오를 때마다 비닐봉지로 꽁꽁 싸맨 카메라를 들이대고 싶은 풍경들이 하나씩 나타나 핑계삼아 조금씩 쉬어갈 수 있었습니다.
<왼쪽, 제 2관문에 오신걸 환영한다는 듯 입구에 서있는 나무, 오른쪽 나무의 실루엣>

<들꽃과 안개를 머금은 나뭇잎>

그래도 역시 가장 반가운 대상은 바로 요것!! 진달래밭 대피소 까지 0.2km남았네요~ 와우!! 그리고 그 기분을 아는지 좋은 하루 되라는 안내판~ 힘이 다 빠져가던 차에 다행히 요녀석들을 만났네요~


드디어 어렴풋이 보이는 진달래밭 대피소의 모습!! 감동이어라 ㅠㅠ


올라오는 길에는 역시 날씨 때문에 사람이 적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진달래밭에 와보니 꽤 많은 분들이 쉬고 있었습니다. 그나저나 몸이 힘든 것도 있지만 제가 그토록 진달래밭을 갈구한 까닭은 백록담 근처에 다왔다는 기쁨도 무엇도 아닌 바로 이것 때문이었습니다!! 한라산에 왔다면 꼭 먹어보고 가야한다는 전설의 그 음식!!

바로 컵라면이죠~ -_-b (허탈하셨나요?)


외쿡인도 그냥 지나갈 수 없는 것!! 시장이 반찬이란 말이 있듯이 이쯤되면 배가 고프기도 하고 정상까지 가려면 체력을 보충해줘야하기 때문에 필수 코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라면하나와 생수한통을 사기 위한 오랜 기다림 끝에 빨리 익기를 기다리며 연신 사진을 찍어대는 저를 보고 주위 분들이 동물원 뭐 쳐다보듯 하던구요 -_-; 참고로 사발면 하나 값은 1,300이고 1인 2개 이상은 구매가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젓가락도 컵라면 한개에 단 한개 밖에 안주십니다. 그리고 흰 봉투를 하나씩 챙겨주시는데요 한라산에는 쓰레기를 버릴 수 있는 곳이 없기 때문에 먹고 남은 쓰레기는 꼭 챙겨서 가지고 가라는 의미로 주는 거라고 합니다~ 라면 국물은 대피소 안에 보시면 버리는 곳이 따로 있으니 억지로 다 드실 필요는 없습니다~ ^^
<요로코롬 흰봉지에 쓰레기를 넣고 가방에 쏙 넣어서 하산하면 OK!!>
한라산 중턱에서 먹는 라면 맛은 정말 끝내주는 것 같습니다~ (윗세오름에서도 판답니다^^)
아무튼 먹고 남은 쓰레기도 잘 챙기고 다시 힘을 내어 백록담을 향해 전진해봅니다!!


이제부터가 진짜 백록담을 향한 발걸음!!

진달래밭과 백록담까지의 거리는 겨우 2.3km~ 7km가 넘는 길을 걸어올라왔으니 별것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수도 있습니다만 진달래밭을 지나고 나면 머리위를 덮어주던 나무들이 사라지기 시작하고 길이 조금씩 험해지기 시작합니다. 날이 좋을 때는 햇빛을 막아주던 나무가 사라져서 힘들고 제가 갔던 날 처럼 비가 오는날은 비를 막아주는 것이 없어 힘들더라구요^^;;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비가 잦아들어 수월했습니다만 이제까지 비를 막아주던 나무가 없어 서운하더군요~ 


그래도 얼마 남지 않은 길!! 열심히 힘을 내어 다시 걷기 시작했습니다.
돌로 뒤덮인 곳을 조금 지나갈 무렵 사람들의 환호소리가 들립니다 " 와!! 파란 하늘 좀 봐"라구요~
눈 앞에 보이는건 안개 밖에 없는데 당췌 무슨소리인가 하며 조금 더 올라가 보자 제가 서 있는 곳과 불과 2~3m앞에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보이시나요? 중간 중간 안개가 뒤섞여 있고 오른쪽 사진에 보시면 안개와 파란 하늘이 극명히 갈리고 있습니다.
조금 더 올라가자 비행기에서나 볼 수 있던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요~ 날씨가 맑을 때에는 제주시내까지 볼 수 있어 놀라웠지만 흐린날에는 또 이런 색다른 놀라움을 선사해 주네요~



이제는 정말 다 왔다는 생각에 힘든 줄도 모르고 열심히 걸어올라갔습니다. 진달래 밭에서 본 인파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이미 도착해 절경을 즐기고 있었는데요~ 어린아이부터 지긋하신 어르신들까지 다들 대단하십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백록담의 모습!!


드디어 백록담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두근두근!!
쨔잔~ 드디어 백록담의 만수 모습을 공개합니다!!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 나오고 이제껏 힘들었던 것들은 다 잊은듯한 표정들로 백록담을 바라봅니다. 정말 비와 안개를 뚫고 올라온 보람이 있는것 같네요~ 뭐 몇몇 분들은 "이게 만수야?"라고 불평하시는 분들도 계셨지만요 제주에 사는 저도 이런 경험은 처음인데 관광으로 오신 분들은 고생은 좀 하셨지만 더없이 좋은 구경 하고 가셨다고 생각됩니다.

다시 보기 힘들것 같은(다시 올라오기도-_-;;)이 절경을 뒤로 하고 내려가야 함이 무척 아쉬웠지만 발길을 돌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고 나니 온몸은 쑤시지만 자연이 주는 삶의 지혜는 한가지 배운것 같다.

" 힘들다고 포기하면 안개만 보고 내려올 뿐이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자에게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