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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신구간이 뭐라고..제주 살면서 직접 집을 구해보니 너무 어렵네요

제주만의 독특한 이사 문화 신구간

저는 이제 곧 계란 한판에 다가서는 나이입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제주에서 살아왔는데 늘 부모님과 함께 지내와서 제가 직접 집을 구하거나 할 일이 없었답니다. 

얼마전까지 결혼한 누나 집에서 같이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신혼 집에 얹혀사는 그 기분 ㅠ) 곧 누나가 출산할 예정에다 더 이상 있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판단이 서서 과감히 혼자 살기를 결심하고 지난해 11월 부터 방을 구하기 시작했답니다. 

두달이 넘게 발품을 팔고 나서야 방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11월 부터 방을 구하긴 했지만 방이 많이 나오지도 않고 나온 곳은 또 썩 마음에 들지 않는 곳이 많더군요 ^^;; 
정말 귀신나올것 같은 방에서 부터 .. 원룸이라고 해서 가봤더니 가스렌지도 아닌 버너가 놓여있는 곳까지 ㄷㄷㄷ; 

어느정도 괜찮은 집은 방세가 꽤나 높고... 이러다 추운 겨울 길바닥에 나앉게 되는건 아닌가 심히 고민이 되었답니다..


위와 같이 되고 싶지는 않아서 눈에 불을 켜고 각 신문과 인터넷 사이트를 이잡듯이 뒤져데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한달이 지나고 두달이 지나고... 결국 새해를 맞으면서 까지 집을 구하지 못했죠 ㅠㅠ 

1년 동안(?) 방을 구했더니 진이 빠져서 더는 못해먹겠다 싶은 생각이 들던 찰나.. 
슬슬 신문과 사이트에 '방 있습니다'라는 글들이 많이 올라오기 시작하더군요~ 그리곤 하루만에 방을 구했습니다~

집을 구하는 것도 타이밍?!

2009년에는 운이 없다가 2010년에 운이 트인 걸까요? ㅎㅎ 사랑과 연애처럼 타이밍이 중요한걸까요? 
물론 그런 부분들도 없지는 않겠지만 제주도에서 집을 구하기 위해서는 그보다도 더 중요한 '신구간'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 신구간 이란? 

신구간(新舊間)은 제주도의 전통 풍습 중 하나로, 대한 후 5일째부터 입춘 3일 전까지 7-8일 동안 이어지는 이사 풍습이다. 이시기에 이사를 하는 이유는 이 시기에 인간의 길흉화복을 관장하는 신들이 임무교대를 위해 하늘로 올라간다는 속설이 전해져 예부터 제주에서는 이 기간에 집을 고치거나 이사하는 풍습이 있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는 약 5000여명에서 만 명 가량이 이사를 하여 도민 중 약 15%가 이사를 한다. 하지만 요즘에는 많이 누그러진 추세이다. [Daum 백과사전 발췌]

위 설명대로 제주에만 있는 풍습으로 집에 사는 신이 회의 하러 하늘로 올라가는 동안 이사를 하면 돌아와서도 그 사람이 그 사람인줄 알고 신경을 안쓴다는 내용입니다. 

어찌 보면 그 신들이 바보같기도 하고 허무맹랑한듯한 이야기이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이 신구간 기간에 이사를 하고 집 역시 그 기간 즈음하여 쏟아져 나옵니다~ 

그렇다 보니 1월 초에 집을 구했지만 입주시기는 1월 말이나 되야 들어가게 되었네요;; 신이 하늘에 출장갈 때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죠 ^^;; 

미신이다 뭐다 믿으라는 것이 아닌 그 지역의 풍습으로 인정해주는 자세가 필요하겠죠?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신구간 풍습이 없어져야 한다.. 시대가 언제인데 이런 미신을 믿고 이사를 하느냐 등등.. 많은 말들이 오고가기도 하는데요 저 또한 미신은 전혀 믿지 않고 점 같은 것도 절대 보지 않는 사람입니다만 이런 풍습들이 진짜 집에 신이 있다고 믿고 한다기 보다는 밤에 손톱 발톱 깍으면 도깨비가 나온다 등등 그 지방과 그 당시 생활에 따른 하지 말아야 할것들을 전달하기 쉽게 하기 위한 방법 중에 하나였지 싶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신이다 이런 부분들로 민감하게 받아들이기 보다 제주만의 기후나 습성 등으로 인해 형성된 문화라고 보고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할것 같네요^^ 

그러나 중간 중간 집을 구하고 싶은 저같은 사람에게 불편한건 사실이네요 ^^;; 
하지만 신구간이 불편한 부분만 있는 것은 아니랍니다~ 

이 부분을 철저히 지키시는 분들 같은 경우는 신구간이 지나기 전에 방을 임대해야하기 때문에 비교적 싼 값에 방을 얻을 수도 있고 한 시기에 방이 일제히 나오기 때문에 방값을 흥정(?)할 수도 있고 여기저기 비교해볼 수 있어 좋은 점들도 있답니다~ 

문화로 정착된 신구간을 피할 수 없으니 즐기고(?) 활용한다면 제주에서 좋은 집 구하실 수 있을것 같습니다~
저도 오랜 기다림이 있었지만 덕분에 좋은 집 싸게 구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