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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맛집

제주올레 3코스, 두번째로 긴 코스를 다녀오다

지난주 토요일인 10월 10일,
여자친구와 약속한 제주올레 3코스를 걷기로 하고 다녀왔습니다.
10시에 제주시 터미널에서 보기로 하고 10시 20분에 일주도로 동회선을 타고 가서,
온평리에 내려 12시 30분쯤부터 온평포구에서 걷기 시작했습니다. ^^;

이전에도 여자친구와 올레 6코스를 걸었었고..
최근에 14코스를 비롯해서 1코스, 13코스 등을 걸어봤던 저는
"이번에도 12시쯤 시작하면 해 떨어지기 전에는 끝나겠지" 라는 짧은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사실 이번 코스가 길어도 이렇게 오래 걸릴줄은 몰랐습니다..^^;;)

2코스 끝이자 3코스의 시작인 온평포구에는 '혼인지 쉼터' 라고 이름이 붙은
쉼터가 있습니다.. ^^ 그 쉼터에 이곳이 2코스의 끝이자 3코스의 시작을 알리는
이정표가 붙어 있었는데요..

이 온평리에는 '혼인지' 라는 유적지가 있습니다.
제주(탐라)의 시조인 고, 양, 부 삼신인이 이곳에서 벽랑국의 세 공주를
맞이하여 혼인을 하고 하룻밤을 보냈다 하여 붙여진 곳인데요..

온평 포구를 거닐면 이러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

'벽랑국' 이 일본이다 아니다 라는 말이 많이 있긴 한데..
사실상 일본이든 아니든, 그당시 제주는 별개의 국가(?) 였으므로..
이 혼인지(온평리)가 어쩌면 국내 최초의 국제 결혼이 이루어진 곳일지도
모르겠네요...^^;

올레 코스가 유명세를 타기 시작해서인지..
아니면 원래 유적지라서 그런지..
온평리 전체적인 분위기는 사뭇 조용하면서도 뭔가 활기를 띤 마을 처럼
느껴졌습니다..^^

때마침 날씨도 가을날씨 답게 화창해서,
저희 둘은 신나게 손잡고 길을 거닐기 시작했습니다.

올레 3코스의 시작은 온평 포구, 즉 바다에서 시작하지만, 사실은 거의 14코스처럼 중산간에서 바다로 내려가는 코스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포구를 끼고 조금 가면 본격적으로 마을올레, 중산간 올레가 펼쳐지기 시작합니다.

가을 답게 길가에는 코스모스, 억새 등이 올레꾼들을 맞이 해 주고 있었습니다.
(사실, 이날 올레3코스는 무척이나 한산했습니다 ^^;;)

언제나 그렇듯, 제주의 마을 올레나 중산간 올레에서는 제주의 돌담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마치 돌을 조각해서 모양내서 쌓은듯 정교한 돌담부터, 길바닥에서 아무 돌이나 주워다가 쌓은 돌담까지 다양한데요..

신기한것은 정교한 돌담이나 아무돌이나 주워 쌓은듯한 돌담이나 바람에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

아마도 돌담에 있는 구멍때문에 바람이 아무리 불어도 빠져나갈 틈을 줘서 바람에 저항하지 않고 흘려보내서 무너지지 않고 버티고 서 있지 않나 싶습니다.

가을철 올레길은 이런 돌담 사이에 살포시 얼굴을 내밀고 있는 꽃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어 더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억새로 이루어진 중산간 길을 광합성(?) 하며 걷다보면 일상을 잊고 어느새 자연을 오감으로 느끼곤 합니다
커플로 이런 길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 가며 걷다보면 예기치 못한 새소리도 듣고, 위의 사진에 나온 억새 같은 풀들을
손으로 한번 거느려 주기도 하지요..^^

중산간 올레라 나무가 많아서 그런지 상쾌한 향이 나기도 하고, 마치 산림욕을 즐기는듯한 착각마저 들게끔 합니다.

이렇게 중산간 올레를 조금 걷다보면, 어느새 중간 이정표가 보입니다.
"아름다운 제주올레길" 이라는 이정표와 함께
아래에는 '난산, 신산간도로' 라고 나와있네요..

조금 걸어가면, 중산간 마을 올레가 나오게 되는데..
이 마을이 '난산리' 라는 곳입니다 ^^
재미있는것은 이 근처의 마을이름엔 '산' 이 들어간 이름이 많은데요..
'신산', '난산', '성산', '수산' 등의 마을이 있습니다 ^^

저의 짧은 생각이지만.. 아마도 중산간에 있는 마을이라 이런 이름들이 붙지 않나 하는데요..^^; 확실한 이야기는 아니랍니다 ㅎㅎ

난산 마을로 들어서면, 올레길 속의 또 다른 '올레' 가 보이는데요..^^
이전 포스팅에서도 말을 했지만, '올레' 는 제주 방언으로 집의 대문(정낭)부터 큰 길까지 나 있는 좁은 길을 뜻합니다.
위 사진의 왼쪽은 어느 집의 올레길인데 양 옆으로 꽃을 심어놨네요..^^
그리고 가운데, 오른쪽은 올레꾼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숙식을 제공하는 '할망 민박'중 하나인듯 싶습니다.
할망 민박 역시 올레 꾼들에게 올레의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 논듯 싶네요..^^;

이 할망민박집 바로 위에는 '올레꾼을 위한 화장실' 이 있습니다 ^^

도보여행길 특성상 일정 간격으로 화장실을 두기가 참 힘든데요..
난산리에서는 이렇게 일반 가정집의 화장실을 개방을 해서 올레꾼들이 걷다가 화장실이 급할때,
이용 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고 있었습니다.

배려가 아름다운 중산간 마을을 뒤로하고 다시 앞으로 걸어가면,
'통오름' 이란 오름을 올라가게 됩니다.

통오름에는 화살표를 그릴 지형물이나, 리본을 묶을 나무가 마땅치 않아
입구에 왼쪽 사진처럼 빨간 집모양으로 만든 간판이 올레꾼들을 오름의 입구로
안내를 해 주고 있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최근 개장한 13코스, 14코스의 중간 표시 팻말도 이렇게 나무를 이용해서
제작을 했으면 더 이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

통오름에는 말을 방목해서 기르고 있었는데요..
문을 설치하는 대신 ㄷ자 형태의 통로처럼 입구를 만들어 놔서
사람은 출입을 할 수 있게 하는 대신, 말들은 입구를 지나가지 못하게
만들어 놨었습니다.

통오름 위에서 본 풍경인데요..
말이 풀을 뜯고 놀고있네요 ^^;
동요 '아기 염소' 를 염소부분을 말로 바꿔서 흥얼 거렸는데.. 여자친구한테 한소리 들었네요 ^^;
크게 부르라 그래서 노래 모른다고 딱 시치미를 떼고 말았습니다

통오름에서 본 전경입니다 ^^
광각렌즈가 지금 수리 가 있어서, 여러장 찍어 포토샵으로합성을 했는데요..
멀리 한라산쪽으로 제주의 많은 오름과 풍력발전기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통오름을 내려와 조금 걸으면 화살표는 다시 오름으로 안내를 합니다 ^^;
'독자오름' 이라고 불리는 독자봉인데요..
'사지봉', '오름삿기' 라고 불리우기도 한다고 합니다.

이곳을 넘어야만 다음으로 진행 할 수 있는데요..
주의할점은 이 오름을 넘지 않으면 코스에서 이탈하니 꼭 올라야 합니다 ^^;

이 독자봉 남서쪽에는 '일출랜드' 로 개발이 된 '미천굴' 이라는 용암동굴이 있습니다. 

과거에 봉수가 있었고 망을 보았기 때문에 '망오름' 이라고도 불리는데요,
오름 중앙에서 보는 일출이 장관이라고 합니다. ^^;

독자봉을 넘어 중산간 길을 따라 걷다보면 어느새 '삼달 1리' 에 들어서게 됩니다.
이곳에는 옛 '삼달국민학교'를 개조한 故김영갑 선생님의 갤러리 '두모악' 이 있는데요

이곳은 루게릭으로 돌아가신 김영갑 선생님이 생전에 돌하나 풀한포기를 다듬으며 만든 곳이라고 합니다.
옛 운동장으로 보이는 정원에는 온갖 나무등과 돌, 조각들이 있고요.. 
옛날 학생들이 수업을 받았을것 같은 교실에는 김영갑 선생님이 생전에 작업을 한 사진들을 전시 해 두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곳에서 작품 감상을 하고 늦은 점심을 샌드위치로 해결해서 다시 길을 떠났습니다 ^^

김영갑 갤러리를 나서서 걸으면 이제 중산간 올레길도 거의 끝을 맺는데요..

삼달 1리를 뒤로하고 걸으면 3코스의 하이라이트인 '신풍리' 에 이르릅니다.
왜 3코스의 하이라이트 인지는 뒤에 사진으로 설명을 드리도록 할게요 ^^;

'우물안 개구리' 라는 레스토랑을 지나 바닷가쪽으로 가면
간만에 보는 바다가 반가울텐데요.. 
아니나 다를가, 이 바닷길 시작부터 양 갈래로 억새들이 우리를 반겨주고 있었습니다 이 길에 들어서자 마자 우리는 약속이나 한듯, "우와" 하는 감탄사가 절로 입에서 나왔습니다 ^^;

이 신풍리 해안가를 따라 걷다보면 3코스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신풍리 신천 바다목장' 이 펼쳐지는데요..
하이라이트라고 했던 이유가 이 '바다목장' 때문이었습니다.

아프리카 초원을 연상케 하는 넓은 벌판이 눈앞에 펼쳐지는데요..
더 환상인것은 이런 초원처럼 보이는 넓은 벌판에 옆에는 바다가 넘실대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

오랜시간 걸어서 피곤했는지, 발이 푹신한 땅에 내딛는순간 그 편안함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네요


위 사진 세개가 모두 같은 장소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믿어지시나요?

제주도에서 이런 장소가 있다는걸 오늘 처음 알았는데요..
바다목장은 사유지로, 소와 말이 방목되고 있어 최대한 바닷가쪽으로 걸어달라는 팻말이 있었습니다.

마침 해가 뉘엿뉘엿 져 가는 상황인지라 빛이 노란색에 가까워졌는데요..
마치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아프리카 관련 다큐에서 초원을 보는듯한  착각을 일으키기도 했답니다 ^^;

바다목장을 뒤로하고 걸으면 다시 마을 올레가 나오는데요.. 이곳이 '신천' 마을올레랍니다.
예상시간을 너무 얕잡아 봤는지.. 이곳에 다다르니 해가 어느새 지고 있네요..

제주시 살면서 일몰은 항상 서쪽 바다라는것만 봤는데..
이 동네는 한라산이 서쪽에 있어서 해도 한라산쪽으로 지고 있었습니다 ^^;

신천을 지나면 표선 백사장이 나오는데요..
(사진은 표선 백사장 옆의 백사장입니다 ^^;)
이 곳을 조금 지나면 넓은 백사장이 나오는데 썰물때는 이곳을 가로 질러 갈 수 있습니다 ^^

중간중간 흐르는 물과 고여있는 물이 있어, 젖는게 싫다면 샌들이나 맨발로 건너서 발을 닦는 방법으로 지나가도 됩니다.

이렇게 표선 백사장을 가로질러 보니 어느새 시간은 7시가 넘어가고 있고,
하늘엔 별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

장장 거의 6시간 30분정도를 걸었는데요.. 당케포구는 어느지점인지 대충 알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당케포구로 가는 대신 표선 백사장에서 나와서 바로 제주민속촌 시외버스 종점으로 가서 버스를 타고 집으로 넘어왔습니다.

일정을 잡는데 조금 실수를 해서 종착지까지는 가지 못했지만,
제주에 살면서 제주의 색다른 모습을 볼수 있었던 아주 좋은 여행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제주에는 너른 벌판이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께 강력 추천해주고 싶은 올레 3코스였습니다 ^^